2023년 여름 개봉한 영화 《밀수》는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흔치 않았던 여성 중심 범죄 액션 활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내세운 작품이다.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며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큰 화제를 모았다. 1970년대 평택을 배경으로, 바닷속을 누비며 ‘물질’을 하던 해녀들이 밀수라는 위험한 세계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경쾌한 톤과 감각적인 미장센, 묵직한 시대적 배경과 여성 서사까지 어우러지며, 전형적인 범죄극의 틀을 탈피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영화 작품 소개: 바닷속에서 피어난 범죄와 자유의 이야기
《밀수》는 1970년대 산업화 시기, 강제 철거와 부당한 행정이 뒤엉킨 가상의 항구 도시 ‘군천’을 배경으로 한다. 이 시대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던 격동의 시기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고, 특히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해녀들은 그 격랑 속에 직접 뛰어들어야만 했다. 이 영화는 그러한 시대 배경 속에서 ‘밀수’라는 금기된 세계에 발을 들인 여성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김혜수가 연기한 ‘춘자’는 마을에서 가장 실력 있는 해녀이자, 동료들에게 의지가 되는 리더 격 인물이다. 그와 함께 물질을 하던 ‘진숙’(염정아)은 정의감이 강하고 감성적인 인물로, 춘자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들은 바닷속에서 전복을 따던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조업 금지와 도시 재개발 계획으로 생계의 기반을 잃게 된다.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이들에게 '밀수'는 처음엔 위험한 제안이지만, 이내 절박함의 다른 이름이 된다.
영화는 이들이 바닷속에 투하된 외국산 물품—담배, 시계, 마약 등을 인양해 육지로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밀수 세계의 복잡한 룰과 배신, 권력의 얽힘을 그린다. 해녀들의 숨 막히는 잠수 장면, 적막한 수중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의 긴장감, 그리고 지상 위 음모와 거래가 교차하며 이 작품은 시종일관 생동감과 리듬감을 놓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이야기가 단순한 범죄물이 아닌, 여성들의 연대와 생존의 서사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존 범죄 영화가 주로 남성 중심 구조를 갖고 있는 데 반해, 《밀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 인물들이 주도권을 쥐고 극을 끌고 간다. 춘자와 진숙의 관계는 단순한 친구를 넘어선, 시대 속에서 서로를 지탱해 주는 인생의 동반자다. 이들의 갈등과 화해, 협력은 영화 전체의 정서를 이끌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또한 류승완 감독 특유의 액션 연출과 촘촘한 내러티브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밀수》는 시대극이자 범죄극, 드라마이자 여성영화로도 손색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바다라는 상징적인 공간은, 숨을 참고 뛰어드는 위험천만한 세계이자, 여성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장소로서 설득력 있게 작동한다. 그 결과, 《밀수》는 단순한 오락 이상의 깊이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주요 인물 및 내용: 그녀들이 주도한 생존의 드라마
《밀수》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들이다. 단순한 범죄자의 전형이 아닌, 복잡한 내면과 동기를 지닌 인물들이 서로 충돌하고 연대하며, 또 배신하는 인간 군상극을 보여준다.
춘자(김혜수)는 단단한 현실주의자다.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 앞에 흔들리는 인물이다. 김혜수는 춘자의 강인함과 약함, 냉철함과 따뜻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여성 액션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재확인시켰다. 특히 그녀가 수면 위로 거칠게 올라오는 장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존 본능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관객의 심장을 울린다.
진숙(염정아)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약자의 편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녀는 춘자의 선택에 갈등하며, 때로는 대립하지만 끝내 함께 길을 선택한다. 염정아는 이 인물을 통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인간적인 얼굴을 보여주며, 매우 깊은 감정선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두 여배우의 연기 호흡은 작품의 중심축을 탄탄히 잡아주는 가장 큰 힘이다.
권 상사(조인성)는 해양 경찰과 범죄 세계 양쪽을 오가는 회색 지대의 인물이다. 조인성은 이 역할을 통해 기존의 부드럽고 밝은 이미지를 벗고, 냉혹하고 위협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그의 미소는 친절함보다 위협을 담고 있으며, 그가 등장하는 순간마다 영화는 냉기를 동반한다. 조인성의 연기는 《밀수》를 남성과 여성의 권력 구도가 교차하는 지점까지 확장시켜 주는 요소다.
장도리(박정민)는 그 세계의 이너서클에 들어가려는 젊은 야망가로, 비열함과 속물근성을 유머로 포장한 인물이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한 박정민의 존재는 영화의 무게를 덜어주는 동시에 현실적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그 외에도 김종수, 고민시 등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등장해 극의 다층적인 구성을 완성한다.
스토리는 단순한 '밀수 사건'이 아닌, 그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생존 본능, 선택의 딜레마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여성 주인공들이 범죄라는 위험한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기존 장르영화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그 결과 《밀수》는 범죄 영화이면서도 여성 드라마로서 독자적인 결을 갖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대중들의 평가: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품은 여성 중심 범죄극
영화 《밀수》는 개봉 전부터 기대작으로 주목받았으며,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관객들은 입을 모아 “기대 이상으로 속도감 있고 유쾌하다”, “여성 중심 캐릭터들이 이끄는 범죄물이 이렇게 몰입감 있을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며 영화에 열광했다.
특히 여성 관객들 사이에서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기존 남성 위주의 범죄, 액션 장르에서 소외되었던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에 서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단하며 사건을 이끌어가는 서사는 큰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이런 여성이 중심이 되는 영화가 더 많아져야 한다”, “김혜수와 염정아의 투톱은 그 자체로 명작”이라는 평이 이어졌다.
비평가들 역시 이 영화의 장르적 도전과 연출의 탄탄함을 높게 평가했다. 단순히 여성 주연이라는 점을 넘어서, 서사 구조와 편집, 리듬, 연기, 미술, 촬영 등 전반적인 제작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속도감 있는 연출, 수중 촬영의 생동감, 그리고 전복적인 캐릭터 설정까지, 기존 한국 영화 문법을 유쾌하게 비틀었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 관객들은 후반부 갈등 해소가 다소 단순하게 흘러간 점, 혹은 범죄 장르로서의 짜임새가 약간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상업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여성 중심 영화”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관객 평점 역시 8점대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며 재관람 욕구를 자극했으며, 특히 젊은 여성 관객층과 중장년 여성 관객층 모두에게 고루 사랑받는 보기 드문 한국형 범죄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결과적으로 《밀수》는 단지 한 편의 흥미로운 오락 영화에 그치지 않고, 한국 영화계에 의미 있는 여성 서사의 가능성과 확장을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 영화가 더 많은 여성 중심 장르 영화의 탄생에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