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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 - 영화소개 및 줄거리, 주요 인물, 총평가

by boguss305 2025. 4. 11.

엑시트
엑시트

 

 

영화 <엑시트>는 2019년 여름 개봉과 동시에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성공한 재난 액션 영화이다. 감독 이상근의 첫 장편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연출력과 치밀한 구성, 그리고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로 많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기존의 재난 영화들이 파멸과 비극을 중심으로 한다면, 이 영화는 웃음과 긴장, 감동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생활 밀착형 재난극’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엑시트>는 재난을 둘러싼 스펙터클보다, 그 상황 속에서 변해가는 사람들, 특히 평범한 청년이 위기의 한복판에서 스스로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현실적인 감동과 희망을 전한다.

1. 영화소개 및 줄거리

이야기의 주인공은 청년 용남이다. 그는 대학 시절 산악 동아리의 에이스였지만,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한 채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의 현실은 취업 공고를 검색하다 말고 포기하는 날들의 연속이며, 가족에게서 느끼는 실망의 시선은 점점 그를 작아지게 만든다. 유일한 활력은 어릴 적부터 몸에 밴 등산 실력과 대학 시절 짝사랑했던 동아리 선배 의주에 대한 감정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환갑잔치가 도심의 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고, 용남은 그곳에서 우연히 의주와 재회한다. 의주는 그 센터에서 일하고 있었고, 두 사람의 어색한 대화는 오래전 놓친 감정을 다시 끄집어낸다. 하지만 이 조우는 곧 재난의 시작이 된다. 도시 한복판에서 정체불명의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이 연기는 순식간에 독가스로 판명된다. 치명적인 이 가스는 바닥부터 도시를 뒤덮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고지대로, 옥상으로 도망친다.

용남과 의주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컨벤션 센터의 옥상으로 향한다. 하지만 옥상은 잠겨 있고, 구조 헬기는 혼란 속에서 접근하지 못한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이들은 빌딩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위를 향해 움직인다. 로프 하나에 몸을 걸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건너는 장면, 손에 잡히는 것 없이 외벽을 타는 장면 등, 생존을 향한 이들의 여정은 숨이 막히도록 긴박하다. 이 과정에서 용남은 예전의 등산 실력을 되살려 위기를 극복하고, 의주와의 협업은 단순한 과거의 인연을 넘어 동반자의 신뢰로 거듭난다.

도심 전체가 고립된 상황 속에서 둘은 구조 요청을 끊임없이 시도하지만, 점점 가스는 고도를 높이며 그들을 위협한다.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위기. 하지만 그 순간에도 용남은 포기하지 않는다. 뛰고, 오르고, 미끄러지면서도 손을 놓지 않는다. 그 모든 움직임은 단지 살아남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절실한 몸부림이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서야 구조 헬기가 도착하고, 두 사람은 살아남는다. 이 짧지만 강렬한 하루는 용남에게 있어 단지 생존의 경험이 아니라, 무력한 ‘백수’에서 한 사람의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거듭나는 통과의례였다. 그가 땀에 젖은 채 숨을 고르며 옥상에 앉아 있을 때, 관객도 함께 숨을 고른다. 영화의 제목처럼, <엑시트>는 단지 물리적 탈출이 아니라, 정체된 삶에서의 탈출이기도 했던 것이다.

2. 주요 인물

<엑시트>의 진짜 매력은 캐릭터들의 ‘현실성’에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인물들처럼 평범하지만, 위기 속에서 비범한 용기를 보여주는 이들은 관객의 깊은 공감을 이끈다.

용남은 겉으로 보기엔 실패한 청년이다. 친구들 대부분은 취업하거나 결혼을 했고, 그는 아직도 부모 집에 머물며 생활비조차 벌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과거 산악 동아리에서 훈련된 체력과 기술, 위기 대처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처음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허둥대지만, 점점 위기 상황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리더로 변모한다. 관객은 그가 몸으로 뛰고, 외벽을 기어오르며, 무너진 옥상을 넘어가는 장면에서 단순한 액션을 넘어 인간의 성장과 회복을 느낄 수 있다.

의주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여성 캐릭터로서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단순한 도와주는 존재가 아니라, 재난 속에서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로 설정되어 있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용남의 계획을 지지하며, 때로는 그를 이끌기도 한다. 여성 캐릭터가 구조의 대상이 아닌, 구조의 주체로 서 있는 모습은 이 영화가 젠더 감수성 면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이유다.

조연 캐릭터들도 각자 빛을 발한다. 특히 용남의 어머니는 잔소리꾼이자 잔치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그의 생존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가족애를 보여주며 코믹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전달한다. 정부 관계자와 구조대원들은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지만, 관료적 태도와 무능함으로 인해 시민의 불안과 분노를 유발한다. 이처럼 인물 하나하나가 재난이라는 틀 안에서 각자의 선택과 감정을 보여주며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인다.

결국 <엑시트>의 인물들은 우리가 길에서, 회사에서, 집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며, 그들이 위기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가 실제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기대하고 싶은 ‘이상적인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3. 총 평가

<엑시트>는 단순히 잘 만든 오락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세대 간의 불균형, 청년의 좌절, 가족의 기대와 실망, 인간의 본능적인 생존 욕구와 연대의 감정까지 다채로운 요소가 녹아 있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맞닥뜨릴 수 있는 갑작스러운 위기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술적인 완성도 또한 매우 뛰어나다. 도심을 뒤덮는 가스의 움직임, 고층 건물 간의 활강, 옥상에서의 구조 요청 장면 등은 사실감 있는 CG와 생생한 음향 효과로 극한의 몰입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그러한 시청각적 장치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심리 변화, 그들이 나누는 대화, 선택의 순간들 속에 이 영화의 핵심 가치가 담겨 있다.

조정석과 윤아의 연기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조정석은 특유의 유쾌함과 인간적인 연기로 용남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했고, 윤아는 이 영화에서 단순한 ‘아이돌 출신 배우’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며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둘의 호흡은 재난 상황 속에서도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게 했고,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했다.

<엑시트>는 재난이라는 거대한 소재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관계를 끄집어낸다. 우리는 모두 삶에서 탈출하고 싶은 순간들을 마주한다. 현실의 벽, 실패에 대한 두려움, 사회의 시선 등. 이 영화는 그 순간에도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고, 한 발짝씩 내딛는 것. 그것이 진짜 엑시트, 진짜 탈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