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일》은 2023년 10월에 개봉한 정소민과 강하늘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이혼을 결심한 부부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이후 서로에 대한 기억을 잃고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로맨스의 클리셰를 능청스럽게 비틀면서도, 그 속에 진심을 담아 사랑의 본질을 되묻는다. 유쾌한 웃음과 함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따뜻한 여운, 그리고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중한 시선을 동시에 전하는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 관계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감성 로코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의 초입: 웃기지만 아프고, 코믹하지만 현실적인 시작
《30일》의 시작은 유쾌하다. 그러나 그 유쾌함은 이내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영화는 주인공 정열과 나라의 이혼을 앞둔 모습으로 시작된다. 결혼 4년 차 부부인 이들은 더 이상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소한 말다툼에도 큰 상처를 주고받는다. 이들은 마치 오래된 자석처럼 같은 자리에 있지만, 더는 끌리지도 붙지도 않는 상태다.
이혼을 앞둔 마지막 한 달, 영화는 그 30일의 시간을 천천히 따라간다. 정열은 변호사이자 허세와 유머를 겸비한 인물이고, 나라는 냉철하고 현실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자다. 처음 몇 장면만 보더라도 관객은 이들이 왜 이혼을 하게 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잦은 오해, 말의 온도 차, 상대방의 진심을 놓치는 대화 속의 침묵 등, 그 어떤 부부보다 현실적인 갈등이 그려진다.
이야기의 초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두 사람의 충돌이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말싸움이 아닌,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상처를 깊이 주게 된 관계로 보인다는 점이다. 영화는 유쾌한 대사와 엉뚱한 행동 속에, 이들이 한때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관객은 웃다가도 ‘왜 이렇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그리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기 직전, 두 사람은 동시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눈을 떠보니 병원. 그런데 이상하게도 둘 다 서로에 대한 기억이 없다. 이름도, 얼굴도, 감정도 모른다. 그렇게 한때 부부였던 두 사람이 낯선 사람처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선다. 이 설정은 웃음의 요소를 끌어오면서 동시에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기억이 사라졌다고 사랑도 사라지는 걸까?’ 영화의 초입은 바로 이 질문을 관객의 마음속에 심어 놓고, 그 물음의 답을 향해 30일의 여정을 함께 시작하게 만든다.
영화의 중요내용: 30일, 기억보다 중요한 감정의 기록
정열과 나라는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다시 만난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상황을 복잡하게 생각하면서도, 이 기회를 통해 둘이 다시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도 숨기지 않는다. 병원에서도, 집에서도, 서로를 향한 낯섦은 계속되지만, 그 안에 묘한 끌림이 서서히 자라난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어색하지만, 어쩐지 편안하고,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감정이 두 사람 사이를 감싼다.
이 영화의 전개가 특별한 이유는, 기억을 잃은 두 사람이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상투적인 설정 속에서도 ‘감정’이라는 진짜 본질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은 사라졌지만, 습관처럼 남은 행동, 몸에 밴 친근함, 말투 속의 따뜻함이 두 사람을 다시 끌어당긴다.
두 사람이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은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뭉클하다. 나라는 정열의 유머에 웃고, 정열은 나라의 말투에 익숙함을 느낀다. 둘 다 기억은 없지만, 그 감정의 흔적은 어딘가 남아 있다는 듯 행동하게 된다. 영화는 이 30일이라는 시간을 통해 ‘기억보다 감정이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그저 재회만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다. 이들은 점점 가까워지지만, 결국 이들이 한때 ‘이혼’을 결심했던 현실도 함께 마주하게 된다. 진실은 드러난다. 그리고 충격도 있다. 이때 영화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다시 사랑하게 되었는가?” “같은 사람이라도, 기억이 없다면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30일》은 이 질문에 명확한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둘이 함께 보낸 소중한 30일을 통해 관객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든다. 이 영화의 중요 내용은 결국 ‘다시 쓰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랑이란 결국 노력과 이해, 그리고 한 번 더 상대방을 바라보려는 시선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를 본 후 나의 다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해하자
《30일》을 보고 난 후, 나에게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사랑은 기억보다 태도다’라는 말이었다. 이 영화는 한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무너진 관계가 어떻게 다시 쌓일 수 있는지도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기억’이 아닌, ‘감정과 태도’가 있었다.
우리는 종종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소홀하게 대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아무렇지 않게 던진 농담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잊는다. 영화 속 정열과 나라도 그랬다. 처음엔 서로를 아끼고 존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함에 익숙해졌고, 감정 표현은 줄어들었다. 결국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잃은 것이 그들의 이혼 이유였다고 느껴졌다.
기억을 잃은 후에야,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얼마나 익숙한 존재였는지를 다시 깨닫는다. 이 장면들을 보며 나 역시 ‘혹시 지금 내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관계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 친구, 연인, 배우자.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지만, 그 사실을 잊고 살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 자주 표현하자. 기억이라는 게 늘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줄 수 있는 마음과 태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괜히 문자 하나 더 보내게 되고,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조금 더 쉽게 꺼낼 수 있게 된다.
《30일》은 단순한 웃음을 주는 영화가 아니다. 유쾌한 설정 안에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사랑의 본질을 되묻게 만든다. 영화를 본 후, 나는 내 곁의 사람들을 더 많이 안아주고 싶어 졌고, 사랑을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태도로 지켜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